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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차 여담

지입차가 사내정치도 해야된다고?

사내정치라고 들어보셨습니까?

팀내정치도 있구요.

인간이 모여 사는 곳은 어디에든

'정치'가 반드시 존재합니다.  

...

저도 회사 다닐 적에 사내정치라는 걸 봤고,

‘라인’ 전체가 해고되는 상황도 겪었습니다.

‘상무 라인’과 ‘부사장 라인’ 사이에서

좋든 싫든 ‘줄’이 형성되었는데, 부사장이 패하자

그 ‘라인’ 전체가 해고되거나 한직으로 밀려나는

그야말로 전형적인 사내정치의 폐해를 겪어봤습니다.

...

지입차가 배차대로 일만 잘하면 되는 거 아냐?

사내정치? 그런 거까지 해야 해?

...

네. 있습니다.

어디에든 있다고 했잖습니까.

지입차에도 사내정치가 있습니다.

...

모든 배차에는 꿀배차(좋은 배차)가 있고,

가기 싫은 배차가 있습니다.

돈이 되는 배차가 있고, 돌아올 때 공차인

돈 안되는 배차도 있습니다.

가벼워서 연비가 좋은 짐도 있고,

똥짐(무거운 짐) 배차도 있고,

온갖 상황이 수도 없이 많이 일어납니다.

...

제가 가전배송하는 시절에는

신축 모텔에 벽걸이 TV 설치를 나가서

한 곳에 차를 주차해놓고, 이틀 동안

똑같은 구조의 벽에 LED TV 수십 개를

설치하는 배차를 받은 적도 있었습니다.

여기저기 안 돌아다니고 한 곳에서

자장면 시켜먹어가면서 노닥노닥 일해도

매출은 남들보다 두세 배도 넘습니다.

'날마다 이렇게만 했으면 좋겠는데...'

...

배차실에서는 그런 꿀배차를 누구한테 줄까요?

평소 정치질 잘하는 기사한테 줍니다.

사람이 하는 일이고, 배차실 직원들도

모두 다 사람인데, 왜 안 그렇겠습니까.

......

그나마 그런 배차도 무작위나 로테이션으로

공평하게 했더라면 좋았을 텐데,

당시 제가 일하던 회사의 배차직원은

금품, 향응을 받고 편파적으로 배차하다가

결국 해고까지 당한 사례도 있었습니다.

그 직원도 예전에는 함께 배송하던 동료였는데

배차실 직원이 되더니 안타깝게도 그리 되더군요.

...

하지만 저도 사내정치질 했습니다.

아침마다 캔커피 몇 개 들고 가서

책상마다 하나씩 놓고 다녔고,

탕비실에 커피믹스 박스째 갖다 놓기도 했고,

당시 사무실 직원들이 가장 아쉬워하던

A4용지를 한 박스씩 사다 넣어주기도 했었죠.

(비용절감 하라고 위에서 엄청 쪼았거든요)

배차실 직원들 경조사 빼놓지 않고

인사도 하고, 직원 야유회 간다고 하면

캔맥주 몇 박스 트렁크에 넣어줬습니다.

...

누가 물어보면 당연히

‘사람, 사람 사는데 서로 인사 차리는 거지,

그럼 어떻게 알면서 모른 척합니까?’

하고 두리뭉술 넘어갔지만

돌이켜보면 의도가 명백한 정치질이고,

소심한 뇌물이었습니다. ^^

...

지금도 저희 직영차주들 중에 어떤 분들은

저한테 전화해서 하소연을 하십니다.

배차실에 섭섭하다고,

돈 안되는 배차, 늦게 끝나는 배차,

하차 여건이 안 좋은 배차,

집에 못 들어가는 배차는 다 자기한테 준다고,

배차실 직원한테 얘기 좀 잘해달라고 합니다.

...

그러면 저도 이렇게 저렇게 달래보지만,

정치질이든, 정치공작이든 그게 하루아침에

금방 느는 것도 아니고, 참 암담합니다.

...

아무튼 지입차주는 언제나 ‘을’입니다.

운수사와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배차실 직원에게도 그렇고,

고객, 소비자 대할 때는 말할 것도 없구요.

항상 ‘을’일 수밖에 없는 우리들의 처지가

안타깝지만 어떡하겠습니까?

적당한 선에서 밀고 당기고,

처신을 잘하는 수밖에 없지 않겠습니까.

...

많은 차주들의 이런 하소연에도 불구하고

적당한 선에서 이렇게밖에 답해드리지 못하는

저의 처지도 안타깝긴 매한가지입니다. ㅠ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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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김부장

등록일2021-06-27

조회수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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