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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차 여담

◆ 나의 첫 지입차 분투기 ◆

 ※ 세종 김부장의 개인적인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퍼가시면 아니아니~ 아니되옵니다.
 
'나의 첫 지입차 분투기’


    “월 300만원 이상 벌어야 합니다.. 어디 좋은 일자리 없습니까?”

 

    “승용차 운전 밖에 안 해봐서 5톤도 무섭다 하시고...
     돈도 없고.. 경력도 전혀 없으신 분이.. 무슨 재주로 한달에 300..
     할부 빼고 300을.. 아.. 그럼 하이마트 하시면 되겠네요... 하이마트!!!”

 

    “하이마트요? 그게 뭔데요?

 

    “예, 냉장고, 세탁기 배달하는 건데요, 일은 힘들지만 돈은 좀 돼요..”

   

    1. 월급쟁이는 싫어~!!!

 

한참 오래 전 일이다.

직원들을 강제로 내쫓는 마당에 대체 어떤 미친 놈이..

거기다 ‘희망’이니, ‘명예’니 하는 말을 붙일 생각을 했는지 모르겠지만...

나는 전혀 ‘희망’하지 않았고 ‘명예’롭지도 못한 ‘희망명예퇴직’을 당했다.

 

내 월급만 바라보고 살다가 하루아침에 밥줄이 끊긴 우리 네 식구는 당장 생계가 막막했다.

함께 퇴직했던 사람들은 치킨집을 한다느니, 커피체인점을 차린다느니 했지만...

나는 하필 그즈음 집을 옮기며 은행대출까지 받아놓은 터라 그럴 여유 자금도 없었다..

무엇보다 아무런 경험도 없이 무턱대고 장사에 뛰어들 용기가 도저히 나지 않았다.

 

처음 한동안은 경력사원으로 재취업을 해볼까 하고 몇 군데 면접을 봤지만..

하나같이 다 떨어지고 말았다. 하루하루 속이 바짝 타들어가는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 인터넷에서 지입차라는 단어를 알게 됐다.

 

    ‘그래.. 화물차 운전을 해보자, 트럭 한 대만 사면된다 하니 큰 돈 들지 않을 테고,

    배운 것 없어도 되고, 잔소리쟁이 시어머니 같은 직장상사도 없을 테고,

    그저 내 한 몸 성실하면 먹고 살 수 있다지 않은가....’

 

그렇다. 지입차가 무엇보다 마음에 끌렸던 이유는 아내나 다른 식구들의 손을 빌리지 않고...

나 혼자만... 일하면 된다는 사실이었다.

그때 치킨집이나 식당 차렸던 사람들의 공통된 후회는.. 식구들까지 고생이라는 것이었다.

1억을 투자한 자영업자가 월 300만원 이상의.. 수입을 올릴 확률은 딱 10%인데..

그나마 온 식구가 하루에 열 몇 시간씩 매달려 일해야 한다니..

그에 비하면.. 나 혼자만 고생하면 되는 화물차가 훨씬 더 실속 있는 일이라 싶었던 것이다.

 

    2. 지입차의 세계로...

 

운전이라고는 승용차밖에 경험이 없는 내가 큰 화물차를 끌고 다닐 수는 있는 걸까?

나는 일단 1톤 또는 2.5톤 정도로 시작하기로 했다.

대체로 작은 차는 수작업이 많다는 단점이 있지만...

큰 차는 장거리 운행이 많아 집에 못 들어오는 날이 많다는 게 아무래도 꺼려졌다.

그래서 지금 당장은 운전도 부담스럽고.. 자금도 부족하니 일단 작은 차로 시작해서...

숙달이 되면 큰 차로 갈아타기로 마음먹었다.

 

인터넷 검색창에 ‘지입차’를 두드려 보니 정말 많은 정보들이 떴다.

수많은 업체들의 이름, 또 수많은 매물들...

나는 잠시 몇 군데 검색을 해보고 사당동에 있는 어느 지입알선 매니저를 찾아갔다.

그리고 매월 고정적으로 최소 300만원 이상 벌 수 있다는 말에 그 자리에서 덥석..

그 일을 하기로 했다..

 

물론 십여 년 축구와 암벽등반을 즐기던 내가 이제 주말에 쉬지 못하게 되었고..

새벽 5시에 일어나 출근해야 하고, 동승 조수도 내가 채용해야 하고,

서이천 물류센터까지 출퇴근 거리도 멀고, 기타 등등 마음에 걸리는 점들이 있기는 했다.

하지만 당장의 생계가 위협받는 절박한 처지였던데다..

어차피 돈 보고 하는 일... 이런 거 저런 거 다 가리면 무슨 일을 할 수 있겠나 싶어서..

과감히 계약을 하고.. 일을 시작하기로 마음먹었던 것이다.

   

    3. 계약과 차 인수

 

물론 그때도 세간에 지입 차에 관해 좋지 않은 얘기도 있고 해서...

계약금 송금할 때는 나름 걱정을 좀 했었다.

물정 모르는 초보자가 행여 나쁜 업자 만나 바가지 쓰는 건 아닌가 하는 조바심도 있었지만..

돌이켜보니 쓸데없는 기우에 불과했다. 서이천에 있는 하이마트 중부물류센터에 가서..

현장 확인하고.. 면접까지 통과했으니 더 이상 의심할 게 없었다.

모든 과정이 며칠 사이에 순조롭게 이뤄졌다. 나도 발빠르게 각종 서류 준비,

화물운송자격증 시험 준비 등을 마치고 드디어 차를 인수받으러 갔다.

 

퇴계원에 있는 탑 제작소에서 인수받은 나의 첫 차 현대 마이티2 익스탑차...

탑을 새로 제작해 올린 데다 원색의 하이마트 도색까지 해놓으니 정말 새 차처럼 깔끔했다.

지금 보면 2.5톤쯤이야 소형차에 속하지만 화물차 운전이라고는 한 번도 해보지 않은 내게..

그 탑차는 정말 산더미처럼 크게 보였다.

 

그런데 이걸 어떻게 집까지 끌고 가지?

내비게이션도 없던 시절에 길도 낯설고 스틱차 운전경험도 전혀 없었으니..

외곽순환도로~올림픽대로를 타고 영등포 근처까지 차를 끌고 갈 일이 막막했던 것이다.

동행했던 운수회사 차량담당자도 참 딱하다는 듯이 혀를 찼다.

 

    "쯔쯧, 스틱 차는 2단 출발하는 거는 아세요?

    사이드 올리고 일단 기어부터 이리저리 움직여 보세요.

    그렇게 하시면 안 되구요. 이쪽으로 이렇게......”

 

    "참 딱하시네요.. 제가 올림픽대로까지 안내해 드릴 테니, 제 차를 따라 오세요.

    그 다음엔 이정표 보시면서 찾아 가시구요. 그럼 조심해서, 천천히 가세요.”

   

    4. 하이마트로 첫 출근하다

 

설레는 마음으로 중부고속도로를 달려 서이천 물류센터에 도착해보니...

이미 많은 차들이 도크에 나란히 차를 대고 상차를 하고 있었다.

냉장고, 세탁기, TV, 컴퓨터 등을 비롯해 자질구레한 소품류에 이르기까지...

온갖 종류의 가전제품이 다 있었다. 그 중에서 덩치로는 단연 양문형 냉장고가 눈에 띄었다.

 

    “저 냉장고는 몇 킬로쯤 돼요?”

 

    “보통 160킬로 정도구요, 180킬로 넘는 것도 한 종류 있어요”

 

    “와, 설마 저걸 4층 5층까지 등짐 져서 올리는 건 아니죠?”

 

    “사다리차 못 대는 단독주택은 까대기로 올릴 때도 많아요”

 

다른 배송 일에 비해 가전 배송은 연수기간이 상당히 길다.

배송으로 끝나는 일이 아니라 제품을 설치하고 사용방법까지 설명해줘야 하기 때문이다.

거의 보름 동안 차는 주차장에 세워놓고 선배들의 차를 얻어 타고 다니며 동승교육을 받아야 했다.

   

    5. 브라우니~! 물어!!!

 

선배들 따라다니며 일하는 모습을 보니.. 이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160킬로가 넘는 양문형 냉장고의 문짝을 분리한 후.. 두 사람이 위아래를 들고..

계단으로 올라가다 보면 그야말로 땀이 비 오듯 하고.. 입에선 욕이 절로 나온다.

그렇게 죽기살기로 올려놓은 냉장고.. 도로 내려야 하는 경우도 많았다.

막상 설치해놓으니.. 전원이 안 들어오거나.. 외관에 상처가 나.. 바꿔달라는 경우도 있었다.

 

하지만 내 잘못 때문이 아니라.. 그냥 색상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둥..

심지어 ‘우리 집 벽지와는 색상이 안 어울린다’며.. 다시 가져가고...

내일 다른 색깔로 가져오라는 고객도 있었다.

브라우니를 끌고 다니는 정여사가 개콘에만 있는 게 아니다. 가전 배송 일을 하다보면..

무수히 많은 정여사를 만나게 된다.

 

힘으로 하는 거야 그렇다 치더라도... 콘트리트 벽을 뚫어 벽걸이형 TV를 매단 후..

오디오, 비디오, 홈시어터.. 나중엔 컴퓨터까지 다 연결해놓고 그에 대한 사용법을..

완벽하게 설명해주어야 하니.. 어설프게 공부했다가는 고객 앞에서 망신당하기 딱 좋다.

물류센터에서 아무리 교육을 받고 나가도.. 뭐 하나씩은 꼭 잘 안 되기 마련인데...

그 대목에서 고객은 다시 정여사로 돌변한다. “브라우니~! 물어!!!”

 

매일 열 너댓 집씩 돌아다니며 사람들을 만나다 보니.. 웃기고, 슬프고, 별나고, 재미있는..

에피소드들이 많지만 차차 하나씩 써서 올리기로 하고...

   

    6. 만만치 않은 현실

 

그렇다면 지입매니저의 약속대로 월 300만원 이상의 순수입을 올리기까지 얼마나 걸렸을까?

시작부터 많은 돈을 벌 거라는 기대는 하지 않았지만.. 역시나 처음 몇 달 동안은..

거의 백만원에서 이백만원 정도 집에 가져다주기도 힘들 정도로 열악했다.

남들보다 적은 물량을 가지고도 더 늦게까지 일해야 했고,

종로구나 중구 같은 지랄 맞은 동네를 배정받는 날이 많아지면서 점점 일이 힘들어졌다.

어쩌다 돈이 좀 될 만하면 어김없이 소소한 차량 고장이나 접촉사고 등으로 손해가 났다.

 

나는 슬슬 조바심이 나기 시작했다. 내 딴에는 목돈 들여서 시작한 일인데...

예상했던 것보다 돈이 안 되는 것 같았기 때문이다.

게다가 비슷한 시기에 입사해 함께 신입교육을 받았던, 그러니까 입사동기나 다름없는

젊은 친구가 ‘도무지 비전이 보이지 않는다’며 몇 달 만에 차를 팔고 떠나버리자..

나는 더욱 자신감을 잃어버리고 우울해졌다.

 

     7. 딜리버리맨들의 무덤

 

그렇게 우울한 날들이 한 육개월쯤 지났을까...

나는 회사의 관할구역 조정으로 인해 파주에 있는 경인물류로 자리를 옮기게 됐다.

일단 출퇴근 거리 짧아져 유류비 적게 들어서 좋고.. 노원구 쪽으로 고정 투입되니..

다시는 저 지긋지긋한.. 종로, 중구에 배차 나갈 일 없어서 좋고...

 

이 대목에서 잠깐..

명실상부 서울의 중심지인 종로, 중구가 왜 이토록 미움을 받는가...

왜 우리 딜리버리맨들의 무덤 취급을 받는 지에 대해 간단히 언급하고 지나가자..

종로구 창신동, 충신동, 이화동 일대는 낙산 혹은 타락산이라고 불리는 산기슭에 있다..

창밖으로 서울 시내 전체가 내려다보이는.. 그야말로 전망만 좋은 동네라고 보시면 되겠다.

일단 그 동네에 가면.. 2.5톤 탑차가 못 들어가는 골목이 숱하게 많아

큰 길 가에 차 세우고 뭐든 구루마로 끌고 들어가야 한다.(배달하고 오면 딱지 붙어 있다. ㅠ.ㅠ)

 

게다가 차는 또 얼마나 밀리는지.. 종로 아니면 세종로를 타고 동서로 움직여야 하는데..

안 그래도 밀리는 길.. 수시로 시위, 툭하면 행사 있다고 막고.. 주말엔 차 없는 거리라고 막고..

또 자하문터널 너머 부암동 구기동 평창동이 왜 종로구인 거냐..

북악산 너머 그 일대는 어찌나 가파른지.. 쳐다보고 있으면 고개가 뻣뻣해지면서..

탄식이 절로 나온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결정적인 한 방.. 카운터블로우..

그 동네엔 부자동네 특유의 까다로운 고객.. 우리끼리 쓰는 저속한 용어로...

**고객(차마 그대로 쓸 수 없어 모자이크 처리했다)들이 많다는 점이다.

 

그 외에도 중구 신당동, 성동구 금호동, 옥수동, 용산 일대 등등..

배송인들이 꺼리는 동네가 있지만.. 내 생각엔 그래도 종로구가 으뜸이다.

더 이상 종로 배차를 받지 않게 된 그날... 나는 탑 위에 올라가 만세 삼창을 했다.

 

    대한민국 만세~! 하이마트 만세~! 우리사장 만세~!

   

    8. 공정커피? 공정지입!!!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파주센터로 옮기고 난 후.. 어느 정도 일이 익숙해지면서 아파트 밀집지구인 노원구에..

배차 받는 날이 많아졌다. 단독주택보다는 아파트가 많은 지역이라..

훨씬 몸도 편하고.. 일도 빨라졌다. 동일 시간에 더 많은 물량을 소화할 수 있었고,

시간 여유가 있으니 고객서비스 점수도 좋아지고.. 회사로부터 인정도 받고..

이런 선순환 구조가 자리 잡은 것이다.

 

드디어 용역비도 조금씩 조금씩 늘어갔고, 신고되지 않는 부수입까지 포함해...

당초 운수사 담당자가 얘기했던 것보다도 더 많은 수익을 올릴 수 있었다..

특히 매년 여름 성수기나.. 세일 기간.. 김장철 성수기에는..

평소보다 거의 두 배 가까운 매출과 수입을 올린 적도 많았다.

2.5톤 중에 가장 힘들고 어렵다는 가전업계에서 체격도 가장 작고,

힘도 없는 이 몸으로 나름 성공했다고나 할까...


벌써 한참 전에 배송일은 그만두었고, 지금은 운수회사로 들어와 분양 업무를 하며..

차주와 운수회사는 물론.. 객관적인 제3자가 보기에도 적정한 선에서 거래를 주선한다는..

'공정'의 이념을 항상 염두에 두고 있지만..

고부갈등 가운데 엉거주춤 껴서.. 양쪽으로부터 뺨을 맞는 아저씨 꼴이라 늘 조심스럽다.


요새도 상담 중에.. 누가 하이마트 일을 하겠다고 하면.. 일단 다시 한번 고민해보자고 한다..

적응하는데 오래 걸리고, 일 배우고 하이마트 설치자격증 따는 일도 귀찮은 일이고..

게다가 2.5톤 차 한대로 두집 식구가 먹고 살만큼 돈을 벌 수 있는 단계까지 너무 멀기 때문이다.

하지만 십 수년 넘게 오로지 하이마트 일만 하고 있는 친구는...

작은 차로 이만큼 벌 수 있는 일은 다시 없을 것 같아서.. 자기는 이제  

다른 일은 못할 것 같다고 할 정도로.. 자기만 성실하면 분명 돈은 되는 일이다.

무조건 부정적으로만 볼 일은 아니라는 게 아직까지의 내 생각이다. 

 

-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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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김영남

등록일2010-02-24

조회수6,3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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