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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입차 여담

이혼 합의서.. [에피소드 시리즈 3]

※ 세종 김부장 하이마트 설치기사 시절 겪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퍼가시면 아니아니~ 아니되옵니다.
 
 
노원구 월계동.. 어느 댁에 32인치 LCD TV 배송을 갔다.

방 안에는 마흔 내외의 두 아주머니가 침대 모서리에 걸터앉아 수다를 떨고 있었고..

한 쪽 구석 협탁에 놓인.. 옛날 브라운관 TV는 화면 한가운데 큰 구멍이 나 있었다.

한 눈에 봐도.. 부부가 밥솥이나 주전자 같은.. 꽤 크고 무거운 것을 집어 던지며..

대판 싸웠음을 짐작할 수 있는 증거다.

 

나는 그 부서진 TV의 전원과 안테나 선을 뽑으려고 TV 뒤로 머리를 집어넣었다.

그리고 문득 그 아래 버려진 하얀 종이 한 장을 발견했다.

 
 
                                        합       의       서 
 
     “나 XXX는 아내 XXX과 이혼함에 있어 위자료 *천만원을 지급하기로 하고

      이 각서로 증명함”

 

그리고 그 아래로는 이들 부부가.. 남편이 바람을 피워서 수시로 싸웠고..

결국 이혼 합의에까지 이른 경위가 구구절절... 한참 나열되어 있었다..

부부싸움 하는 도중에.. 이렇게 장문의 합의서를.. 그것도 손글씨로 쓰려면...

대체 얼마나 오래 머리를 맞대고 있었을까..

이거 쓰는 동안 화가 누그러들어.. 싸움이 끝나버린 건 아닐까? ^^

 

나는 안테나 케이블 나사를 계속 돌리는 척 하며..

합의서를 찬찬히 다 읽어본 후... 몸을 돌려.. 그 아줌마에게 건넸다.

그녀는 휙 낚아채더니.. 함께 있던 여자와 계속 속닥속닥 수다를 떠는 것이었다.

 

     “엊그제 밤에.. 이것 때문에 니네 형부랑 한바탕 했다는 거 아니니...”

 

LCD TV를 조립해 세워놓고.. 안테나선, 비디오 단자 연결하고 채널 검색하는 동안에도..

그녀들은 여전히 내 존재를 무시하고... 각각 제 남편들 흉을 보고 있었다.

채널 설정이 끝나자.. 나는 그녀에게 사용법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설치가 완료되었습니다. 잠시 사용법을 설명해 드리겠습니다.

      에.... 이러저러하게 사용하시고..

      에.. 마지막으로.. 조심하셔야 할 게 있습니다.

      브라운관 티비도 그렇지만... LCD 화면은 특히 약하고 민감합니다.

      게다가 한 번 깨지면 수리가 안 되고.. 교체비용도 거의 새 TV 가격만큼 비쌉니다.

      앞으로는 댁의 아이들에게 특히 주의를 주셔서..

      저 브라운관처럼 깨지지 않도록 하세요....”

 

나는 웃는 얼굴로 인사를 했고.. 그녀도 살짝 눈을 흘기며.. 씨익~! 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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등록자김영남

등록일2011-01-12

조회수1,9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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