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그 다음으로는 유서 깊은 성북동이나 평창동 정도 생각해 볼 수 있겠지만..
공릉동에도 그에 못지않은 부촌이 있으니.. 바로 태릉 근처 숲속에 있는..
몇몇 아파트들과 빌라촌이다.
으리으리한 거실 벽에는 국적을 알 수 없는... 어마어마한 LCD TV가 걸려 있었고..
그 아래로.. 무슨 UFO처럼 생긴 은색 홈시어터 리시버가 놓여 있길래...
옆으로 살짝 밀어놓으려는 순간.. 주인아주머니가 득달같이 달려와...
“네?”
“그렇게 아무렇게나 밀고 당기는 물건이 아니라구요.. 정말..”
정말 예사롭지 않아 보이는 홈시어터 시스템이 갖춰져 있었다.
‘그래도 그렇지.. 내가 뭘 자빠뜨린 것도 아니고.. 살짝 만진 것 뿐인데..
뭐 대단한 거라고 신경질은 원...’
허공에 삿대질까지 해가며.. 욕을 한바가지 했다.
젠장.. 집에 돈 좀 있으면 말을 고따우로 해도 되는 거냐구?
까짓 홈씨어터 없는 놈도 있어? 우리 집에도 물경 40만원짜리 홈씨어터 있다구.. 엉?
뭐.. 얼마짜린 줄 아냐구? 니*럴.. 지가 비싸봐야 얼마 가겠어...
천만원 가겠어.. 이천만원 가겠어.. 엉?”
내 관할 매장인 공릉하이마트에 부탁해.. 깎고 또 깎은 후.. 암튼... 엄청 싸게 샀다.
집에 가져와서는.. 거실 사면 벽에 스피커를 걸어놓고..
고객의 집에 가서는 생전 잘 해주지 않는.. 천정 몰딩질까지 해놓으니..
소리도 모양새도 제법 우아하다.. '흠.. 역시 홈씨어터가 돈 가치를 하는군..'
다음 날 점심 먹으러 어느 식당에 들어가.. 신문을 펼쳐 들었다.
휘적휘적 신문을 넘기다가.. 왠지 낯익은 홈씨어터 사진에 눈길이 멈췄다.
바로 어제 그 집에서 봤던.. 삼각뿔 모양의 그......
기사에 실린 홈시어터 가격을 보고 나서.. 나는 입을 떡 벌어졌다.
덴마크산 명품 브랜드인 ‘뱅&올럽슨’ 홈씨어터가 TV 포함.. 9천만원 짜리라는 것이다.
그 아줌마... 능히 그럴 만했다..
어제 내가 그 아줌마한테 퍼부었던 욕은 전부 다 취소다.. 취소..
나같은 가난한 서민이 그걸 어찌 알아보겠냐..
아줌마.. 미안하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