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인 경험을 적은 글입니다.
매장에서 특별히 비고란에다 밴딩 뜯기 전에 자리부터 봐달라고 써놓은 것으로 보아..
세탁기 설치 장소가 썩 좋지는 않은 모양이었다.
아니나 다를까... 급수호스를 연결할만한 수도꼭지도 없고,
배수파이프는 턱이 높아서.. 호스에 항상 구정물이 남아.. 고여 있게 생겼다.
이런 사정을 고객에게 얘기하자.. 고객은 위층에 사는 집주인을 불러 내렸다.
잠시 후 나타난 집주인.. 생긴 것도 버마재비처럼 뾰족하게 생긴 아줌마는..
거들먹 거들먹.. 종전에 살던 사람도 다 여기다 세탁기 놓고 살았는데..
뭐가 문제냐고.. 대뜸 삿대질부터 했다.
“전에 여기 살던 사람들도 다 그렇게 살았다구요...
그리고 말이에요... 세탁기 설치할만한 여건이 좀 좋지 않더라도..
쓰는 데 지장이 없도록 잘 해주시는 게 기술자 아니에요?
이건 이래서 안 되고.. 저건 저래서 안 되고.. 그게 무슨 기술자야?”
“예.. 그래요.. 아줌마.. 저희는 기술자도 아니고.. 그냥 배달하는 사람이에요..
우린 수도 배관 같은 거 만질 줄 몰라요.. ”
“달랑 수도꼭지 하나 연결하는 것 뿐인데..
남자들이라면 아무나 다 할 수 있는 것 아니에요?”
“그래요? 그럼 아줌마 바깥양반이 내려와서 달면 되겠네요...”
어차피 집주인이야 나의 고객도 아니니.. 나는 하등 거리낄 것 없이.. ‘아줌마’라고 불렀다.
실제로 세탁기를 구입한 사람은 바로 세입자였던 것이다.
그러니 내가 하*마트의 고객이자 지금 상대적으로 약자의 입장에 있는..
세입자의 편에 서야할 것 아닌가 말이다.
게다가 말하는 싸가지 또한 반말 섞어가며.. 툭툭 내뱉는 투가 천박하기 이를 데 없는..
그 아줌마에게 내가 굳이 예의를 갖춰야할 필요가 없을 것 같아...
나도 역시 빈정빈정.. 툭툭 대꾸를 했던 것이다.
ARS 평가 전화가 가도 고객한테 가지.. 집주인에게 갈 리는 만무하지 않겠는가.. ^^
벽걸이 티브이를 설치하려고 박스 다 뜯어서 조립하고.. 이제 벽을 뚫으려 하는데..
집주인이 나타나.. 집 상한다고 벽을 뚫지 못하게 하는 것이다.
연필 굵기로 못구멍 4개만 뚫겠노라고.. 이사갈 때.. 다 메꿔주겠노라고 아무리 설득을 해도...
'이 벽을 뚫으려거든 내 배부터 뚫고 지나가라..' 하는 꼴을 보면서..
아, 나는 나중에 집주인이 되더라도 저렇게는 되지 말아야겠구나 탄식을 아니할 수가 없었다.
“아저씨.. 그럼 저 마당가에 놓으면 되겠네.. 전에 살던 사람도 거기 놓고 쓰던데..”
“아줌마.. 그게 말이 돼요? 세탁기를 저기에.. 눈비도 가려지지 않은 마당가에 놔요?
한겨울 내내 얼고 녹고.. 또 얼고 녹고..? 그러고도 세탁기가 남아나겠어요?
이게 아줌마네 세탁기 같으면 저기다 설치하시겠어요?”
막무가내로 설치해달라는 집주인과.. 못하겠다는 기사들 사이에 낀 고객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난처하다는 얼굴로.. 그저 우리의 입만 바라보고 있었다.
어쨌거나 얼른 결론을 내야겠기에.. 나는 세탁기를 다시 차에 올려 싣고서는..
‘수도꼭지 설치하고.. 배수구 준비 되거든.. 다시 연락 주시라’고 최후통첩을 날렸다.
그렇게 하루 배송이 끝날 즈음... 나는 고객에게 다시 전화를 했다.
다행히 집주인이 내일이나 모레쯤 배관 공사를 해주겠다고 약속을 했다는 것이다.
“고객님... 아까는 죄송했습니다.
사실 대충 하자고 맘먹었더라면 어떻게든 설치해 볼 수도 있었겠지만...
그래 놓으면 고객님께서 세탁기 사용할 때마다 두고두고 불편하실 것 아닙니까..
수도는 물론이고.. 배수 호스에 항상 물이 고여 있어.. 냄새가 나면..
그 피해가 누구한테 가겠습니까?
마당에 놓으라?.. 아무리 집주인 유세가 대단하기로서니.. 그게 말이나 되느냐구요..?
그래서 주인집 아줌마한테 완벽하게 여건을 만들어놓기 전에는 설치할 수 없다고..
어깃장을 놨던 겁니다..
공사가 끝나거든.. 전화 주세요.. 저희가 다시 가서 잘 설치해드리겠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