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닙니다. 20년 넘게 사무실에서만 일했습니다. 휴우~~
퇴직금으로 어떻게 내 가게라도 하나 내볼까 했다가.. 겁이 나서 도저히 못하겠고...
이리저리 알아보다가 이렇게 막장까지 온 것 같습니다.”
“막장이라니요? 선생님.. 지입차가 어디가 어떻다는 겁니까?
2.5톤 차 한 대로 냉장고 세탁기 배달해서.. 내 집 마련한 사람이 바로 접니다..
왜 자꾸 막장, 막장 하십니까? 물론 운전 일이라는 게 힘들고.. 존중 받지도 못하지만..
그냥 먹고 사는 방법 중에 하나일 뿐이라고.. 담담하게 받아들이세요.
너무 그렇게 자조적으로 생각하실 필요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에게 과거를 털어 놓는다.
공직에 있다가 은퇴했노라며.. 아파트 경비보다는 이게 나을 것 같다는 분..
퇴직금으로 시골에 집을 사고 귀농했는데.. 막상 수입이 없어 생계가 막막하다는 분..
군인으로 한평생 살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어쩌다보니 제대하게 됐다는 분..
대기업에서 해고 당하고.. 운전을 하려니.. 자신의 고학력이 스스로 거추장스럽다는 분..
사정이야 어찌됐건 그런 이유로 지입업계에 처음으로 발을 들이시는 분들이..
맨 먼저 보이는 태도는 바로... 자조와 비관이다.
갑자기 집채만큼 큰 차를 끌고 거리로 나서려면.. 상당한 각오가 필요한 법이다.
책상에 앉아 마우스만 딸깍거리던 사람이.. 이제는 빨간 코팅장갑을 끼고..
부지런히 몸을 움직여야 한다니.. 그 심사가 오죽하랴...
하지만 일 시작도 하기 전에.. 자신이 하려는 일에 대해 저렇게 비관적이면..
어쩌자는 것인가.. 그래가지고 과연 일이나 제대로 할 수 있을까...
무슨 일이든.. 그저 나와 가족의 생계를 위한 방편일 뿐이다.
좋을 것도.. 나쁠 것도 없는... 생활의 방편..
도로 위를 달리는 저 수많은 화물차들이.. 다들 열심히 일해서..
결혼도 하고.. 자식 낳아 키우고.. 그렇게 그렇게 각자의 삶을 살고 있지 않은가..
세상 사람들의 시선이 다른 모든 직업에 대해서는 '귀천이 없다'며 후한데...
유난히 운전 일에 대해서만 박한 것 같아 안타깝다...
“그렇게 말씀해 주시니 고맙습니다.
하긴 이 나이에 저를 받아주는 곳이 있다니.. 그것만으로도 고맙지요.”
“네.. 선생님.. 힘 내시고.. 좋은 일자리 구하세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