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등 유통업계 ‘반사이익’ 인프라 경쟁력 강화
‘배 번호판’·택배법 신설 등 명분 와해 직면
정부가 화물시장 개선 방안 일환으로 허가제로 묶여 있는 1.5t미만 소형화물차(직영)에 대해 등록제를 적용하는 방안을 긍정적으로 검토 중인 것으로 알려지자, 택배 물류업계가 충격에 빠졌다.
그간 영업용 택배차량 부족난을 이유로 1.5t미만 자가용 택배차량을 대상으로 택배증차사업이 이뤄져 왔는데, 정부의 제도 개선방안이 공개되면서 사업 영속성에 적신호가 켜진 것이다.
이 경우 특히 직영으로 가동되는 법인사업체(보유대수 20대)에게 등록제가 허용되는 만큼, 쿠팡과 농협 등 자체물량과 자금력을 보유한 유통사들에게 유리한 발판이 마련돼 택배사들의 타격은 불가피하게 된다.
국토교통부의 기본 계획안대로라면, 쿠팡이 영업용 넘버 20대를 보유한 화물운송업체를 매입하면 그 동안 직영 관리해 온 ‘로켓배송’ 관련 1.5t미만 집배송 자가용 화물차를 전량 영업용으로 전환할 수 있게 된다.
반면, 영업용 택배차 부족난을 주장해 온 택배사들에게는 이러한 방식의 증차는 불가능하다.
이는 도급 방식으로 설계돼 있는 택배 시스템과 연관돼 있다.
특수고용직 개인 화물차주를 보유한 지역별 운송사와 위수탁 계약이 맺어진 하청업체의 관리를 각 영업·대리점이 맡고 있고, 전국 사업소를 본사가 총괄하게 돼 있는 구조 때문이다.
다만, 등록제 허용 조건에 부합하는 도급 업체를 수배해 영업용 택배차량의 운행대수를 간접적으로 끌어올리는 우회경로는 있다.
하지만 이는 자가용 택배 개인 차주에게 적용됐던 택배증차사업과 전혀 다른 방식이어서, 제도 변경에 따른 실익은 택배사들 보다 유통업체들에게 집중될 가능성이 크다.
무엇보다 단계적으로 부실업체의 시장 퇴출을 추진하고, 자가 운송능력이 강한 사업체를 집중 육성한다는 정부 의지가 반영됐다는 점도 주목해야할 부분이다.
이는 ‘직영’ 여부를 두고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는 택배와 유통, 양 업계의 미래를 좌우할 만큼의 중대 사안임을 의미한다.
택배업계와 공방전을 치르고 있는 쿠팡을 비롯, 대형 유통사들은 O2O(Online to Offline) 당일배송을 앞세운 마케팅에 임하면서 상품배송의 정시성과 안전성 확보차원에서 ‘직영’ 투자 의지를 보이고 있다.
이와 달리 택배사들은 수지타산의 이유를 들어 ‘직영 불가’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등록제로 인해 영업용 넘버가 유통업체들로 몰리게 될 경우, 이들로부터 일감을 받아 온 택배사들은 물량 감소와 계약단가 하락, 종사자 이탈 등 복합요인으로 경쟁상 수세에 몰리게 된다.
최악의 경우, 막대한 자금력과 물량을 지닌 대형 유통사로의 흡수 합병까지도 감내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현재 운행되고 있는 택배전용차량(배 번호판)의 입지 또한 좁아지게 된다.
정부 시나리오대로 1.5t미만 직영차량 등록제가 추진됐을 시에는 그간 영업용 택배차량 부족난을 이유로 택배사들이 보여 온 각 종 일탈행위에 대한 책임소지는 강해지는 반면, ‘배 번호판’ 넘버 소멸로 이어질 여지가 충분하다는 지적도 있다.
그간 택배업계는 ‘택배전용넘버(배)를 시장에 전면 배치해 기존 영업용 넘버(아·사·자·바)와의 차별성을 강조하면서, 궁극적으로는 화물자동차운수사업법으로부터 독립된 별개의 법 신설을 추진한다’는 계획을 단계별로 추진해왔는데, 이 구상이 좌초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A택배사 관계자는 “이번 국토부 기본 계획안에 의해 대형 유통사들은 막대한 자금력을 앞세워 택배시장 선점 기회를 부여받게 되는 것”이라면서 “반면 택배업계는 배 번호판 넘버 외에도 택배법 신설 등 숙원과제를 실행하는데 있어, 이렇다 할 명분이 없어지기 때문에 업계 내부적으로 대비책 마련이 진행 중인 것으로 전달 받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국토부는 지난 20일 ‘화물운송시장 발전방안’ 기본안과 관련해, 공청회(7~8월)를 통해 의견수렴을 실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교통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