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이낸셜뉴스] 지입계약을 맺은 운송업체 대표가 버스 소유주인 지입 기사들 몰래 버스를 담보로 근저당을 설정하고 대출을 받았다면
배임죄에 해당한다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지입차주의 재산상 사무를 처리하는 운송업체 대표가 임의로 지입차주들의 재산인 차량을
처분해 재산상 손해를 가했다면 배임에 해당한다는 취지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업무상 배임 혐의로 기소된 이모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을 깨고 유죄 취지로 사건을 서울동부지법 형사 항소부로 돌려보냈다고 11일 밝혔다.
운송회사 대표인 이씨는 지입계약에 따라 차주들로부터 매월 지입차량 1대당 20만원 상당의 지입료를 받고 지입차량을 관리해
왔다. 지입제는 자동차운송사업면허 등을 가진 운송사업자와 실질적으로 자동차를 소유하고 있는 차주간 계약으로, 외부적으로는 자동차를
운송사업자 명의로 등록해 운송사업자에게 귀속시키고 내부적으로는 각 차주들이 독립된 관리 및 계산으로 영업을 하며 운송사업자에
대해 지입료를 지불하는 운송사업형태를 말한다.
그런데 이씨는 회사 경영이 어려워지자 3회에 걸쳐 차주들의 동의없이 지입차량을 담보로 근저당권을 설정하고 총 1억
800만원의 대출을 받은 혐의(업무상 배임)로 재판에 넘겨졌다. 배임죄는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되는 행위를
통해 재산상 이익을 취득해 사무의 주체인 타인에게 손해를 가할 때 성립한다.
1심은 “운송사업자인 피고인은 피해자인 차주들과의 신임관계에 기해 피해자들의 재산인 지입차량에 대한 권리를 보호 또는 관리할 의무가 있다”며 배임 혐의를 유죄로 보고 징역 4월을 선고했다.
반면 2심은 “지입차주와 지입회사 사이에 지입계약을 체결하는 경우 여객자동차의 대내적?대외적 소유권은 지입회사에게 있다고
보는 것이 타당하므로 , 지입회사 대표가 지입차량에 관해 근저당권 설정 등 처분행위를 했다고 해 곧바로 형사책임을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무죄를 선고했다.
그러나 대법원 판단은 달랐다. 대법원은 “지입회사 운영자인 피고인은 지입차주들과의 관계에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의
지위에 있다”며 “특별한 약정이 없는 한 지입회사 운영자는 지입차주의 실질적 재산인 지입차량을 임의로 처분하지 않을 의무를
부담한다고 할 것이므로, 피고인이 각 버스에 관해 임의로 저당권을 설정함으로써 피해자들에게 재산상 손해를 가한 것은 배임죄를
구성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파이낸셜뉴스
mountjo@fnnews.com 조상희 기자, 2021. 07. 11.